[담화총사 칼럼] 조소연 작가의 '화과길조' 로 읽는 "K-민화의 조용한 축복"
K-민화 이존영 기자 | 민화에서 길조는 요란하지 않다. 번개처럼 나타나 삶을 바꾸는 존재가 아니라, 알아보는 사람에게만 먼저 다가오는 징조다. 조소연 작가의 '화과길조'는 바로 그 ‘조용한 도착’의 순간을 한 폭의 평온으로 붙잡는다. 작품에는 석류와 꽃, 그리고 한 마리 새가 있다. 구성은 단출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 축복의 문법이 정확히 배치되어 있다. 석류는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지만, 이 그림에서는 이미 터진 열매가 아닌 익어가는 과정에 머문다. 꽃은 만개하지도, 시들지도 않는다. 모든 것이 ‘과하지 않은 지금’에 머물러 있다. 가지 위에 앉은 길조는 노래하지 않는다. 날갯짓도 없다. 다만 그 자리에 머무른다. 이 머묾이야말로 이 작품의 핵심이다. 좋은 소식은 늘 바쁜 사람에게서 비켜가고, 고요를 지킬 줄 아는 사람에게 먼저 깃든다. 조소연 작가의 길조는 그 사실을 몸으로 증명한다. 배경의 여백은 단순한 빈 공간이 아니다. 여백은 기다림의 시간이고, 숨을 고르는 삶의 리듬이다. 바탕의 온화한 색감은 계절의 중간 지점을 떠올리게 하며,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는 감각을 조용히 전달한다. 오늘의 사회는 늘 결과를 재촉한다. 성과를 증명하라, 속도를 높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