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민화 이성준 기자 | 21세기 국제 질서의 중심축은 다시 과학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팬데믹 이후, 바이오 기술은 단순 산업을 넘어 안보·외교·경제 권력의 핵심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유럽·중국은 이미 바이오 패권 경쟁으로 치닫고 있으며, 아시아 국가들 역시 국가 전략의 최상위에 바이오와 헬스케어 산업을 올려놓고 있다. 이 거대한 흐름의 한복판에서 대한민국의 바이오 산업 전략을 이끄는 중심축이 있으니, 바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KBIOHealth)이다. 그 중심에는 정치·행정·보건의료 정책을 모두 경험한 이명수 이사장이 서 있다. 국가의 힘, 외교의 힘, 경제의 무기다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휩쓸던 시기, 국가 간 백신 협상은 ‘과학의 영역’을 넘어 외교적 협상력의 시험대였다. 그 과정에서 각국은 바이오 기술이 곧 국가의 생존, 즉 보건안보(Health Security)의 핵심임을 깨달았다. 이사장은 이를 명확히 짚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바이오는 미래 산업이 아닙니다. 이미 국제 정치의 중심입니다. 국가의 생명을 지키는 안보이며, 경쟁국과 협력국을 결정하는 외교의 언어입니다.” 이 시점에서 오송이 갖는 의미는 단순한 산업도시가 아니다. 오
K-민화 이성준 기자 | 봄빛이 가장 고운 순간, 공작이 그 화려한 깃을 펼친다. 박현정 작가의 〈공작도〉는 민화의 길상적 상징성과 동양 회화적 품격을 절묘하게 결합한 대작으로, 자연이 품은 찬란한 생명력과 인간이 바라는 모든 길상吉祥의 기운을 화면 가득 담아낸 작품이다. 공작은 예로부터 군왕君王의 새, 부귀와 영화, 품위와 화려함을 상징하는 존재다. 박현정 작가는 공작의 상징을 단순히 장식적으로 차용하지 않고, 깃털 하나하나를 정교하게 묘사함으로써 생명의 장엄함 자체를 회화적으로 담아냈다. 공작의 꼬리깃은 색채의 향연이다. 초록, 홍색, 청색, 황금빛이 질서와 리듬을 이루며 폭발하듯 퍼져나간다. 특히 깃털의 눈(eye) 문양을 섬세한 선묘로 표현한 기량은 민화 기법과 전통 채색화의 절정이 아름답게 결합된 부분이다. 이 화려함은 단순한 ‘색감의 부유함’이 아니라, 삶을 향한 축복과 기원의 메시지가 시각화된 형태이다. 작품 속엔 두 마리의 공작이 자리한다. 상단의 수컷 공작은 화려한 깃을 드러내며 생의 절정을 보여주고, 하단의 암컷 공작은 절제된 색으로 고요한 균형을 잡는다. 이 그림의 대비적 구성은 음양의 조화, 부부의 화합, 가정의 평안, 생명의 순환 이라
K-민화 이성준 기자 | 전통 민화의 세계에서 ‘화조도花鳥圖’는 가장 따뜻하고 서정적인 장르다. 꽃과 새가 한 화면에 자리하며 풍요·화합·사랑·평안을 상징하는 그림. 홍태현 작가의〈화조도〉는 이 전통적 도상을 현대 민화의 색감과 기교로 재해석하며, 고요한 정원의 한 장면을 따뜻하게 펼쳐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새의 머리를 장식하는 진한 청색靑이다. 이 색은 조선 후기 민화가 즐겨 사용한 상징적 색채로, 맑음·순수·고결함을 의미한다. 작가는 이 고유의 ‘한국적 파랑’을 새의 머리에 집중적으로 배치해 그 존재를 단순한 자연의 새가 아닌 길의 기운을 머금은 신성한 존재로 끌어올린다. 그 아래 은은한 회색의 깃털들은 생생한 사실성과 함께 전통 채색화의 정교함을 보여준다. 작품 속 두 마리의 새는 서로를 향하지도, 등을 돌리지도 않는다. 가까운 거리에서 조용히 ‘머문다’. 이 관계성은 화조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풍요로운 가정, 조화로운 부부, 혹은 인연의 따뜻함을 상징한다. 홍태현 작가는 새의 표정과 시선을 과장하지 않은 채 절제된 감정으로 그려 ‘편안함’의 정서를 극대화한다. 이는 전통 민화의 소박함과 현대적 감각의 조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새가
K-민화 이성준 기자 | 한국의 전통 민화에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삶과 염원이 담겨왔다. 오늘 우리가 마주하는 김송화 작가의〈무궁화와 두루미〉 역시 그 고유한 기원의 계보 위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화면 가득 피어난 무궁화와 청아한 자태로 창공을 가르는 두루미는, 단순한 자연의 재현을 넘어 한국인의 정신과 희망을 상징하는 상징적 풍경으로 다가온다. 작품 속 무궁화는 화폭의 중심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품고 있다. 꽃잎의 은은한 분홍빛 번짐, 잎맥의 세심한 묘사, 봉오리에서 만개한 꽃까지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은 마치 하나의 ‘생명 서사’처럼 펼쳐진다. 무궁화는 예로부터 ‘끊임없이 피는 꽃無窮花’, 곧 영속과 번영, 꺾이지 않는 의지의 상징이었다. 김 작가는 이 무궁화가 지닌 정신적 의미를 화면 안에서 더욱 깊고 따뜻하게 확장했다. 그의 무궁화는 화려하기보다는 담백하고, 강렬하기보다는 오래 바라보고 싶은 한국적 정서의 빛을 품고 있다. 꽃 위를 힘차게 날아오르는 두루미는 작품의 또 다른 핵심 주제다. 두루미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전반에서 장수·길상·청정·고결함을 상징하며, 영적 세계와 인간 세상 사이를 잇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김송화 작가가 그린 두
K-민화 이성준 기자 | 2026년 병오년 새해, 한국의 전통 민화가 새로운 세계화를 향해 힘차게 날갯짓한다. 월간 K-민화 담화 이존영 발행인은 2026년 1월 1일부터 5일까지 인사동 한국미술관 2층 전관에서 「2026 세화전 歲畵展 ‘어서 오세요 벽사초복’」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전은 한 해의 액운을 물리치고 복을 맞이하는 세화歲畵의 전통을 오늘의 감성에 맞게 재해석한 행사로, K-민화와 한복 패션을 융합한 국내 최초의 신년 복합문화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세화歲畵는 조선시대부터 새해 첫날 각 가정의 대문에 붙이던 길상화吉祥畵로, “벽사초복僻邪招福·服 ”, 즉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고 복을 불러들이는 뜻을 담고 있다. 병오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전시는 전통 세화의 정신을 현대 K-민화와 K-한복의 디자인에 접목해 한국 문화의 정체성과 미감을 세계에 알리는 국제문화 플랫폼을 목표로 한다. 행사를 주최한 이존영 발행인은 “전통 민화가 가진 ‘복祿’의 미학을 세계가 공감하는 문화 언어로 확장하는 것이 K-민화의 시대적 역할이며, 앞으로도 주한 외국대사관과 협력하는 국제교류전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주최: 월간 K-민화, 외교저널
K-민화 이성준 기자 | 전통 민화의 도상 가운데 ‘책거리冊巨里’는 가장 지적이고 상징적이며, 조선 사람들의 학문관·미적 취향·삶의 이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장르다. 강현옥 작가의〈책거리〉는 이러한 전통적 주제를 현대적 색채 감각과 섬세한 선묘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지혜의 풍요와 길상의 기운이 화면 가득 흐른다. 책거리는 조선 후기 선비들이 사랑했던 학문·덕성·가치관의 상징이 담긴 그림이다. 책과 문방사우, 그리고 길상 문양이 조화롭게 배치되며 ‘학업의 성취’와 ‘삶의 풍요’를 기원한다. 강현옥 작가는 이 전통적 구도 위에밝고 투명한 채색, 고급스러운 농담 조절, 민화 특유의 데포르메(변형) 표현을 더해 책거리를 생동하는 현대적 장면으로 되살린다. 이 작품에서 가장 강렬한 시각적 중심은 두 마리의 봉황이다. 봉황은 민화에서 왕권, 화평, 고귀함을 상징하는 존재이며, 책거리 속에 등장할 때에는 학문적 성취와 탁월함을 빛내는 존재로 해석된다. 봉황의 화려한 깃털은 성공의 비상飛上을, 부드러운 색의 변화는 여유와 평안을, 대나무와의 조화는 절개와 고결의 상징 을 품고 있다. 대나무는 사군자 중 하나로 흔들리지 않는 절개를 의미하는데, 책거리의 문맥에서는 ‘학문을
K-민화 이성준 기자 | 화려한 궁중의 문 앞에 선 여인이 등 뒤로 고요한 긴장과 장엄한 기운을 드러낸다. 조혜선 작가의 작품 〈궁중연화〉(135×70cm)는 전통 궁중 회화·복식·공예의 미학을 민화적 조형 감각으로 재구성한 대작으로, 왕실의 시간과 여인의 순간적 감정이 한 화면에 응축된 작품이다.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는 것은 붉은 예복의 압도적인 존재감이다. 넓게 퍼지는 치맛자락의 곡선, 그 위를 수놓은 모란·연꽃·봉황 문양은 민화에서 길상과 번영을 상징한다. 조혜선 작가는 전통 문양을 단순히 장식으로 처리하지 않고, 인물의 운명과 내면을 암시하는 상징적 언어로 재해석해냄으로써 작품의 깊이를 더한다. 화면 상단 배경에 금니金泥로 그려진 모란은 왕실의 품격과 권위를 상징한다. 이는 조선 궁중 장식의 전형을 충실히 계승한 표현으로, 작가는 문양 하나, 선 하나에서도 정교한 금박과 세필의 기량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작품의 중심에는 붉은 궁중 문이 있다. 대문에는 전통 창살 무늬와 길상적 문양이 빼곡히 채워져 있으며, 정교한 선묘線描와 금속 장석 표현은 실제 궁중 공예품을 방불케 한다. 이 문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그 문을 열기 직전의 여인, 그리고 문 너머
K-민화 이성준 기자 | 전통 민화가 시대를 넘어 K-민화(K-Folk Painting)로 진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붓으로 쓰고, 마음으로 그리는’ 작가 청현 강경희 清賢 姜京希가 있다. 그녀의 작품 〈그리운 금강산〉은 한 폭의 그림을 넘어, 글씨와 회화, 영성과 서정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다. 캘리그래피 작가로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붓의 필획과 운율을 민화의 구조 속에 녹여낸 그녀는, 산과 구름, 마을과 사찰을 글씨처럼 써 내려간다. 그의 붓끝에서는 산맥이 행서行書가 되고, 구름이 초서草書가 되며, 그리움이 한 편의 시로 피어난다. 금강산, 민족의 기억과 마음의 산수 〈그리운 금강산〉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다. 그 속에는 한국인의 정서, 나아가 분단의 아픔과 평화의 염원이 담겨 있다. 작가는 금강산을 ‘그리운 땅’이자 ‘마음속 고향’으로 해석하며, 그리움의 감정을 청색과 옥색의 층위로 쌓아 올린다. 봉우리마다 흐르는 먹빛의 결은 마치 고요한 불심이 깃든 선사의 필적 같고, 그 아래 자리한 사찰은 인간이 자연 속에서 찾는 영혼의 쉼터로 읽힌다. 그곳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의 귀의처歸依處다. 서예의 필법이 만든 산수...‘서화일체’의 구현 청
K-민화 이성준 기자 | 벨라루스 국립미술관에서 열린 K-민화 초청전 「민화, 한국의 美 」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예술 외교의 장이었습니다. 전시 기간 동안 벨라루스의 사람들과 예술인들이 K-민화의 따뜻한 정서와 상징적 아름다움에 감동했고, 작가와 대표단에게도 그 교류는 ‘문화가 곧 평화’라는 확신을 남겼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귀국 비행기에 오르며, 창밖으로 보이는 호수 위의 단풍,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수평선, 그리고 벨라루스의 석양과 한국의 새벽빛이 이어지는 듯한 풍경이 시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이 시는 단순한 여행의 기록이 아니라, “예술은 언어를 넘어 마음을 잇는다”는 메시지를 담은 예술 선언이자 문화시입니다. K-민화는 시 속에서 ‘붓끝에서 피어난 꽃’으로 표현됩니다. 이는 전통 민화의 생명력과 평화의 상징성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민화가 국경과 언어를 초월해 벨라루스와 대한민국을 잇는 문화의 다리가 되었음을 상징합니다. 또한 “하늘과 바다가 닿는 자리”는 물리적 공간이 아닌, 서로 다른 문화와 마음이 만나는 정신적 교감의 지점을 의미합니다. ‘담화풍월’은 담화총사의 문학적 세계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구
K-민화 이성준 기자 | 2025년 10월 21일 평생을 나무와 벗하며 한 길을 걸어온 작가 인간문화재 소목장 박명배의 특별기획전이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나무결에 길상을 새긴 예술, 한국의 반닫이’라는 주제로 작가의 손끝에서 완성된 전국 팔도의 반닫이 34여 점을 비롯해 세월의 흔적이 깃든 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린 작품 총 40여 점을 선보인다. 나무가 매해 새겨온 나이테처럼, 박명배 작가는 나무의 숨결에 자신의 삶을 새기며 수십 년 동안 오롯이 나무와 함께해왔다. 박명배 작가는 “나무는 나의 자체이고, 나의 길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나무와 매일 대화를 나누며, 눈으로 보이지 않는 나무의 숨결을 느끼고 다독이며, 그 속에 인간의 온기와 정신을 담아낸다. 그의 반닫이는 단순한 목가구를 넘어 예술과 장인의 경계가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다. 정제된 선과 절제된 면의 비례 속에서 드러나는 단아함은, 우리 전통미의 본질이자 한국적 미감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걸어온 인생의 궤적을 통해 전통이 지닌 미학적 가치와 현대적 의미를 동시에 조망하고자 기획됐다. 급격히 변화하는 현대사회 속에서도 전통의 아름다움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