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민화 김학영 기자 | 민화는 늘 두 개의 시간을 산다. 하나는 오래된 기억의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오늘을 견디는 생활의 시간이다. 강경희 작가의 ‘그리운 금강산’은 그림이기 이전에 기억의 지형이다. 눈으로 보는 풍경이 아니라, 마음이 되돌아가는 자리다.
겹겹이 솟은 산세는 높이를 다투지 않는다. 이 산들은 경쟁하지 않고, 서로를 밀어내지 않는다. 대신 마음의 깊이를 한 층 한 층 쌓아 올린다. 봉우리마다 안개가 머무는 까닭은 아직 말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산허리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 안개는 흐릿함이 아니라, 보류된 고백이다.
화면 아래 낮게 놓인 집들과 굽이치는 물길은 인간의 자취를 겸손하게 둔다. 사람은 작고, 산은 크다. 이 질서는 분명하다. 자연은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이며, 인간은 그 곁을 지나가는 존재일 뿐이다. 강경희의 금강산에서 산은 침묵으로 말하고, 사람은 그 침묵을 배우듯 서 있다.
금강산은 언제나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리움을 과장하지 않는다. 절제된 색채와 넉넉한 여백은 상실의 감정을 소리 내어 울리지 않고, 오히려 오래 간직하게 만든다. 이 산은 정치가 아니고, 이 산은 구호가 아니다. 돌아갈 수 없기에 더 또렷해진 마음의 자리로 조용히 서 있을 뿐이다.
이 그림이 묻는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견뎌야 하는가.
대한민국 명인연합회 초청 개인전이라는 이름이 무거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는 기교의 완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라, 정신의 계승을 묻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강경희의 산은 민족의 기억과 시간의 무게를 함께 품고 있으며, 민화가 단지 옛 그림이 아니라 오늘을 비추는 그릇임을 증명한다.
민화는 결코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산은 기억으로 서서 오늘을 비추고, 웃음은 시대를 건너 내일을 연다. ‘그리운 금강산’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말없이, 그러나 분명하게. 그리고 그 산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도, 아직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