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민화 이존영 기자 | k-민화에서 귀수龜壽는 단순한 장수의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을 대하는 태도이며, 삶을 축적하는 방식이다. 이한나 작가의 '모란귀수도'는 바로 그 태도를 한 화면에 단단히 쌓아 올린 작품이다.
작품의 중심에는 거북이 있다. 그러나 이 거북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지탱한다. 그 등 위에 놓인 것은 책과 문방구, 상자와 도구들, 지식과 기술, 그리고 생활의 흔적이다. 빠르게 소비되는 정보가 아니라, 오래 곁에 두고 익혀야 할 것들이다. 거북의 느린 걸음은 이 모든 것의 필요조건처럼 보인다.
모란은 화면 위에서 피어 있다. 화려하지만 과장되지 않고, 중심을 침범하지 않는다. 민화에서 모란은 부귀의 상징이지만, 이 작품에서의 모란은 결과에 가깝다. 충분한 시간과 인내가 쌓인 뒤에야 허락되는 꽃. 그래서 모란은 서두르지 않는다.
문양과 질감은 치밀하다. 나무결, 직물의 반복, 기하학적 장식은 손의 시간을 증명한다. 이는 기술의 나열이 아니라 노동의 윤리다.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다른 것을 버리지 않는 태도의 이한나 작가는 그 태도를 화면 전체의 구조로 삼는다.
이 작품의 흥미는 균형에 있다. 무거운 것은 아래에서 받치고, 가벼운 것은 위로 오른다. 지식은 장식이 아니라 짐이며, 그 짐을 지탱할 수 있을 때에만 삶은 품격을 얻는다. 거북은 그 사실을 말없이 보여준다.
오늘의 사회는 속도를 미덕으로 삼는다. 그러나 모란귀수도는 조용히 반문한다. “당신의 삶에는, 시간을 견디는 등이 있는가.”
이 그림은 답을 서두르지 않는다. 대신 느린 시선으로 머물게 한다. 오래 보고, 천천히 이해하도록. 그래서 이 작품은 장식이 아니라 동반자가 된다. 곁에 두고 살아갈수록 의미가 깊어지는 그림...
K-민화의 현재는 이렇게 말한다.
전통은 과거가 아니라,
속도를 선택하는 방식이라고.
이한나 작가의 '모란귀수도'는 그 선택을 가장 단단한 형상으로 증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