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민화 이존영 기자 | 【담화총사 칼럼】 문배도는 문 앞에 걸리는 그림이지만, 그 본질은 공간을 지키는 그림이 아니라 마음을 세우는 그림이다. 김현정 작가의 '광화문 금갑장군문배도'는 그 사실을 오늘의 시선으로 또렷하게 증명한다.
이 작품 속 금갑장군은 위협적이기보다 단단하다. 분노로 악귀를 몰아내는 장수가 아니라, 흔들림 없는 자세로 이미 질서를 완성한 존재다. 정면을 응시하는 눈빛에는 과장이 없고, 굳게 다문 입에는 소란이 없다. 이는 싸우기 위해 서 있는 장수가 아니라, 이미 이긴 상태로 서 있는 장수의 얼굴이다.
‘광화문’이라는 지명은 이 작품의 상징을 더욱 확장시킨다. 광화문은 단지 궁궐의 문이 아니라, 국가의 얼굴이자 공공의 문이다. 김현정 작가의 금갑장군은 개인의 집 앞이 아니라, 공동체의 문 앞에 세워진 수호신이다. 그래서 이 그림은 사적인 벽사가 아니라, 공적 질서에 대한 선언처럼 읽힌다.
색채 또한 주목할 만하다. 전통 문배도의 상징색을 따르되, 금색과 주황, 자색의 대비를 통해 장엄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품는다. 금갑은 위엄을 상징하지만, 화면 전체의 리듬은 지나치게 공격적이지 않다. 이는 공포로 막는 벽사가 아니라, 품격으로 지켜내는 수호라는 작가의 미학적 선택이다.
K-민화의 시대적 과제는 단순한 재현이 아니다. 오늘의 삶 앞에서 민화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김현정 작가의 '광화문 금갑장군문배도'는 그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지켜야 할 것은 악이 아니라, 사람의 중심이다.”
이 그림을 마주한 우리는 비로소 깨닫는다.
문배도는 문에 거는 그림이 아니라, 삶의 기준을 세우는 그림이라는 사실을...
작가 노트 | 김현정
'광화문 금갑장군문배도'는 전통 문배도의 僻邪벽 기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광화문을 상징하는 공적 공간의 문 앞에 금갑장군을 세움으로써, 개인을 넘어 공동체와 질서를 지키는 수호의 의미를 담고자 했다. 위협보다 품격, 공포보다 중심을 지키는 장수의 형상을 통해 오늘의 민화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