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민화 이존영 기자 | k-민화 속 고양이는 늘 흥미로운 존재다. 쥐를 잡지 않거나, 호랑이 옆에서 태연히 눕고, 때로는 세상의 이치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 얼굴로 화면 한켠을 차지한다. 고희진 작가의 '황묘농접도' 속 고양이는 그중에서도 특별하다. 이 고양이는 사냥하지 않는다.
나비를 올려다보는 황묘의 시선에는 긴장도 욕망도 없다. 도약 직전의 근육은 보이지만, 움직임은 멈춰 있다. 이는 실패한 사냥의 순간이 아니라, 사냥 자체를 선택하지 않은 상태다. 이 미묘한 정지는 작품 전체의 기조를 결정한다.
전통 민화에서 고양이와 나비의 조합은 다산, 풍요, 장수를 암시하기도 하지만, 고희진의 화면에서는 상징보다 태도가 먼저 읽힌다. 고양이는 나비를 쫓지 않음으로써 이미 충분하다. 꽃은 피어 있고, 풀은 자라 있으며, 바람은 흐른다. 이 세계에는 결핍이 없다.
배경의 흙빛 바탕은 소란을 거두어낸 시간의 색이다. 채도가 낮아질수록 존재는 또렷해진다. 바위는 크지 않고, 꽃은 과장되지 않으며, 나비는 화면을 지배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자기 몫만큼만 존재한다. 이것이 이 작품이 주는 가장 큰 위안이다.
오늘의 삶은 끊임없이 ‘쫓으라’고 말한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높이. 그러나 〈황묘농접도〉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쫓지 않아도, 세계는 이미 눈앞에 와 있다고...
이 고양이는 철학자에 가깝다.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가장 깊이 바라보고, 욕망을 거두어들임으로써 가장 풍요로운 순간에 도달한다.
K-민화가 오늘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가끔은 잡지 않아도 된다.
가끔은 올려다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작가 노트 | 고희진
황묘농접도는 고양이와 나비의 만남을 통해 ‘욕망 이전의 평온한 순간’을 그린 작품이다. 쫓음과 획득보다 바라봄과 머묾의 가치를 담고자 했으며, 일상의 속도를 잠시 내려놓는 화면을 지향했다.
이 그림은 결과가 아닌 상태의 풍요를 이야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