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민화 이성준 기자 | 홍명 작가는 말한다. “2026년 병오년 새해, 진흙 속에서도 붉게 피어나는 연꽃 한 송이를 여러분 가슴에 살포시 얹어 드리고 싶어서 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오는 2026년 1월 1일부터 5일까지 인사동 한국미술관 2층에서 기다릴게요. 겨울 바람이 차가워도, 이 연꽃은 따뜻하게 피어 있을 테니, 부디 오셔서 꽃잎에 손끝 한 번만 대 보고 가세요. 그 순간, 2026년 병오년 "붉은 말의 해" 이미 여러분의 것이 될 겁니다.” 이 연꽃은 진흙을 밟고 선 우리네 어머니다. 발이 빠개져도, 허리가 휘어도 한 송이 붉은 꽃을 피워 올리는 그리움 그 자체다. 분홍 꽃잎이 살짝 벌어질 때 할머니가 새벽녘에 불을 밝히던 손때가 느껴진다. 먹빛 연잎 사이로 스민 차가운 이슬은 아버지가 삼키고 삼키던 한숨이다. 그래도 꽃은 피고, 그래도 잠자리는 날아와 우리 집 마당 한복판에 행운 한 점 내려앉힌다. K-민화란 이런 것이다. 백자처럼 하얀 종이 위에 수백 년 굽은 한의 먹을 풀고 그 위에 온 국민이 함께 울던 붉은 꽃을 피우는 것. 진흙 냄새가 진동해도 꽃향기만은 끝내 사그라지지 않는 것. 내 이름도 연꽃이다. 홍명紅明. 진흙 속에서 붉게 빛나겠다는
K-민화 이성준 기자 | K-민화 모자호랑이는 전통 민화의 상징성과 현대적 해석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작품으로, 한국 민화 호랑이 도상의 정수를 오늘의 감성으로 되살려낸 작품이다. 작품 속 큰 호랑이와 아기 호랑이는 권위와 위엄의 표상인 ‘호랑이’가 아닌, 부드럽고 다감한 생명체로 재해석되어 등장한다. 전통 민화에서 자주 보이는 ‘해학적 표정’과 ‘과장된 신체 비례’를 바탕으로 하되, 담화 작가 특유의 섬세한 선묘와 절제된 색감이 더해져 고요하면서도 따뜻한 정서를 자아낸다. 큰 호랑이가 아기 호랑이를 내려다보는 시선에는 훈육과 보호, 사랑이 공존하는 한국적 모성·부성의 정서가 깃들어 있다. 아기 호랑이는 천진한 눈빛으로 어른 호랑이를 올려다보며,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생동감을 드러낸다. 두 호랑이의 시선이 만나는 장면은 작품의 중심축으로, 세대 간의 전승傳承과 가족애家族愛라는 깊은 의미를 상징한다. 작품 전면에 드러난 세밀한 털 표현은 민화의 기법적 특징을 현대적으로 변용한 것으로, 단순한 장식적 효과를 넘어 생명력과 기운氣運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이는 전통 민화가 지닌 ‘액을 막고 복을 부른다’는 벽사辟邪의 상징성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K-민화 모자
K-민화 이성준 기자 | 2026년은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다. 불火의 기운을 지닌 오午가 병丙을 만나 뜨겁게 타오르며, 도약·생명력·행운을 상징하는 말의 기운이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해지는 해이다. 이 강렬한 기운을 K-민화의 조형언어로 풀어낸 작품이 바로 이 ‘福자 안의 붉은 말’이다. 처음 작품을 마주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붉은 모란꽃이 가득 메운 福복字의 형상이다. 모란은 부귀와 영화, 복과 번성의 상징으로 오래 사랑받아온 민화의 대표 길상吉祥이다. 그 화려한 꽃잎 사이로 고개를 내민 붉은 말은 단순한 장식적 요소가 아니라, 2026년 한 해의 운세와 기운을 상징하는 핵심 모티프다. 말은 예로부터 기상氣像이 밝고, 속도와 성장, 출세를 뜻해 선비들의 사랑을 받아온 중요한 길상 동물이다. 특히 병오년의 ‘붉은 말’은 강한 생명력과 추진력, 묵은 것을 태우고 새 길을 여는 변혁의 에너지를 품는다. 작가가 굳이 福자의 내부, 즉 ‘복이 깃드는 자리’에 말을 배치한 이유는 분명하다. “2026년의 복은 움직임 속에서 피어난다”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작품 속 붉은 말은 어딘가 유머와 생동을 품고 있다. 고개를 조심스레 내밀며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