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총사 칼럼] 조혜선 작가의 "왕물도는 왕의 물건이 아니라, 시대의 기준이 되다”
K-민화 강경희 기자 | 조혜선 작가의 ‘왕물도’는 전통 책거리·기명절지의 계보 위에 서서, 지식·권위·우주 질서를 한 화면에 집약한 대작이다. 화면 중심의 장엄한 붉은 장은 왕좌를 연상시키며, 그 위와 아래로 배치된 수많은 기물과 문방구, 보물들은 단순한 수집의 나열이 아니라 국가와 인간 문명의 축적을 상징한다. 상단의 천문도는 인간의 앎이 하늘의 질서와 맞닿아 있음을 암시하고, 봉황·용·화훼는 태평과 덕치의 세계관을 보완한다. 하단으로 내려갈수록 일상과 예술, 학문과 생활의 기물이 공존하며, 이는 왕의 세계와 백성의 삶이 단절되지 않았던 이상적 질서를 상기시킨다. 조밀하면서도 균형 잡힌 구성은 전통 민화의 장식성과 현대 회화의 서사성을 동시에 성취한다. 그러나 그 말은 소유의 과시가 아니라, 가치의 선언이었다. 조혜선 작가의 왕물도는 이 오래된 민화의 진실을 오늘의 언어로 되돌려놓는다. ‘왕물도’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이 그림에 등장하는 기물들은 왕의 소유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그것들은 권력을 장식하는 물건이 아니라 권력조차 따라야 할 기준들이다. 학문을 상징하는 책과 문방구, 시간을 가늠하는 도구, 제의와 의례의 기물, 그리고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