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민화 이성준 기자 | 박용운 작가의 이 작품은 ‘봄’이라는 계절을 그리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화면 속 꽃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시간의 문을 여는 존재이며,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새의 비상은 변화의 순간을 상징한다. 정지된 풍경 속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존재인 새는, 이 그림 전체에 생명과 방향을 부여한다.
굵고 단단한 가지는 시간의 축적을 닮았고, 그 위에 피어난 꽃들은 기다림 끝에 도달한 결실처럼 보인다. 하얀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장면은 덧없음이 아니라, 다시 피어날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존재의 여유다. 이는 민화 화조도가 지녀온 본래의 미덕이자 자연을 통해 삶을 위로하는 기능을 충실히 계승한 해석이다.
박용운의 붓은 과장되지 않는다. 색은 절제되어 있고, 여백은 넉넉하다. 그 덕분에 관람자는 장면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잠시 머문다. 꽃과 새, 바람과 시간은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공존하며, 화면은 하나의 조용한 문장이 된다.
이 작품은 말한다.
봄은 갑자기 오지 않으며, 비상은 준비된 가지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그래서 이 그림은 계절화이자 삶의 은유다. 조급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믿음, 그리고 때가 오면 자연스럽게 날아오를 수 있다는 확신이 이 한 폭에 담겨 있다.
작가 노트 | 박용운
이 작품은 봄을 그리기보다
봄이 오기까지의 시간을 떠올리며 시작했습니다.
단단한 가지 위에 피어난 꽃과
그 사이를 스쳐 가는 새의 움직임은
기다림과 시작이 함께 존재하는 순간을 담고 있습니다.
꽃은 한순간에 피지만
그 순간을 위해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새 역시 아무 곳에서나 날아오르지 않고
머물 수 있는 가지를 먼저 찾습니다.
이 그림을 통해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고,
때가 오면 자연스럽게 날아오를 수 있다는
조용한 위로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바라보는 분들의 마음에도
이 봄의 기운이
천천히, 오래 머물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