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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총사 칼럼] 박지영 작가의, "금빛 일월오봉도, 빛으로 질서를 세우다.”

- 박지영의 금빛 일월오봉도가 묻는 국가의 중심

K-민화 강경희 기자 |  박지영 작가의 “금빛 일월오봉도”는 전통 궁중회화인 일월오봉도의 상징 체계를 바탕으로, 빛과 질서, 그리고 영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화면을 지배하는 금빛의 기운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시간을 초월한 권위와 생명의 순환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매개로 작동한다.

 

 

붉은 해와 황금빛 달은 음양의 조화이자 우주의 균형을 상징하며, 중앙에 솟아오른 다섯 봉우리는 나라와 공동체, 인간의 삶을 떠받치는 불변의 중심축을 이룬다.

 

좌우로 배치된 소나무는 장수와 절개를, 끊임없이 흐르는 물결과 폭포는 생명의 순환과 쉼 없는 시간의 흐름을 의미한다.

 

특히 작가는 전통 일월오봉도의 엄정한 구도를 유지하면서도, 색채와 질감에서 현대적 감각을 더해 고요하지만 압도적인 공간감을 완성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오늘의 시대에 다시 묻는다. “우리는 어떤 질서 위에 서 있는가.” 빛으로 세운 질서 박지영의 금빛 일월오봉도 가 말하는 중심의 의미
일월오봉도는 왕의 뒤에 놓이던 그림이었다.

 

그러나 그 본질은 권력의 장식이 아니라, 우주 질서의 선언이었다. 해와 달이 떠 있고, 산은 흔들리지 않으며, 물은 멈추지 않는다. 그 위에 인간의 삶이 놓인다.

 

박지영 작가의 “금빛 일월오봉도” 는 이 오래된 사유를 오늘의 언어로 되살린다. 금빛은 화려함이 아니라 확신이다. 흔들리는 시대일수록 중심은 더 단단해야 한다는, 조용하지만 강한 메시지다.

 

이 작품에서 해와 달은 서로 경쟁하지 않는다. 낮과 밤, 시작과 끝은 대립이 아니라 공존이다. 다섯 봉우리는 서로 다른 높이와 결을 지녔지만, 하나의 질서를 이룬다. 이는 분열과 갈등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균형의 미학을 건넨다. 폭포와 물결은 쉼 없이 흐른다.

 

권력도, 시간도, 생명도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그 흐름이 혼란이 되지 않는 이유는 중심이 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말하지 않는다. 대신 버틴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우리는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금빛 일월오봉도는 과거의 왕좌 뒤에 머무는 그림이 아니다. 오늘의 삶 한가운데에서, 각자의 중심을 다시 세우게 하는 정신의 풍경이다.

 

작가노트 | 박지영
나는 늘 ‘중심’에 대해 생각해 왔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사람의 마음도 쉽게 흔들린다.

 

그 속에서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일월오봉도는 나에게 권위의 그림이 아니라 질서의 그림이었다. 해와 달이 제자리에 있고, 산은 묵묵히 서 있으며, 물은 쉼 없이 흐른다.

 

그 단순한 구조 안에 삶이 버텨온 이유가 담겨 있다고 느꼈다. 이번 작품에서는 금빛을 통해 그 질서를 더욱 또렷이 드러내고 싶었다.

 

금은 화려함보다 영원성에 가깝다. 사라지지 않겠다는 의지, 무너지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이 그림을 마주한 이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만의 중심을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흔들려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자리, 그 자리를 마음속에 하나씩 세울 수 있기를. 그것이 내가 이 그림에 담은 가장 조용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