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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총사 칼럼] 정선영 작가의 “홍말연을 보며 붉은 말은 물 위를 달린다.”

- 붉은 말은 땅을 박차지 않는다.

K-민화 강경희 기자 |  정선영의 ‘홍말연’ 속 말은 물 위를 건너며, 연꽃 사이를 가르듯 나아간다. 이 장면은 현실의 속도가 아니라 의지의 방향을 묻는다. 어디로 가는가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가는가를...

 

연꽃은 진흙에서 피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존재다. 그 연꽃들 사이로 붉은 말이 지나간다는 설정은 우연이 아니다. 붉음은 열정과 생명의 색이자, 새해와 길상의 기운을 상징한다. 말은 이동과 결단의 상징이다. 이 둘이 만나 만들어내는 서사는 단순한 도상이 아니라 삶의 태도다. 정선영은 속도를 줄이고 의미를 세운다.

 

 

말의 갈기는 바람을 타되 난폭하지 않다. 근육은 팽팽하지만 과시적이지 않다. 이는 힘의 미학이 아니라 절제된 추진력이다. 오늘의 사회는 더 빠르게 달릴 것을 요구하지만, 이 그림은 더 바르게 건널 것을 권한다. 물 위를 건너는 말은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결단을 상징한다.

 

연잎의 겹침과 꽃의 개화는 화면에 리듬을 부여한다. 서로를 가리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구성은 공존의 윤리를 드러낸다. 이는 민화가 오래도록 품어온 세계관—경쟁보다 조화, 독주보다 균형의 현재형이다. 붉은 말은 선두에 서 있지만, 군림하지 않는다. 길을 열 뿐이다.

 

색채 또한 말한다. 말의 붉음은 화면의 중심을 잡고, 연잎의 녹색은 숨을 고르게 한다. 물빛은 서늘하게 흐르며 속도를 늦춘다. 이 삼색의 조합은 열정·평정·지속이라는 삶의 세 박자를 완성한다. 민화의 색은 장식이 아니라 메시지다.

 

정선영 작가의 홍말연은 새해의 그림이되, 일회성의 희망을 팔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지금 당신의 걸음은 어디를 향하는가.”

 

그리고 덧붙인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중심을 지키면 된다.” 이 그림 앞에서 우리는 잠시 멈춘다. 달리는 말이 오히려 멈춤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물 위를 건너는 법은 힘이 아니라 균형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연꽃 사이의 붉은 말이 조용히 증명한다. 붉은 말은 오늘도 달린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