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민화 강경희 기자 | 민화의 호랑이는 늘 무섭지 않다. 아니, 오히려 웃음을 머금고 있다. 김정미 작가의 ‘까치와 호랑이’ 앞에 서면, 우리는 그 오래된 웃음의 이유를 다시 묻게 된다.이 호랑이는 포효하지 않는다.
몸집은 크지만 위압적이지 않고, 눈은 번뜩이되 잔혹하지 않다. 과장된 이빨과 둥근 눈, 다소 엉성해 보이는 자세는 권력의 허세를 슬며시 비튼다. 반면, 소나무 가지에 앉은 까치는 작지만 또렷하다. 작가는 이 대비를 통해 민화의 핵심을 정확히 짚는다. 힘은 크기에서 나오지 않고, 진실은 소리의 높낮이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까치는 전통적으로 길한 소식을 전하는 존재다. 그러나 민화 속 까치는 단순한 길조가 아니다. 때로는 세상의 부조리를 찌르는 날카로운 질문자다. 김정미의 까치는 호랑이를 내려다보며 울지도, 아부하지도 않는다. 그저 사실을 전할 뿐이다. 권력이 듣기 싫어하는 진실을, 가볍고 명료하게.
이 그림에서 호랑이는 권력의 상징이자 인간의 욕망을 닮은 얼굴이다. 강해 보이려 애쓰지만, 결국 민중의 시선 앞에서는 웃음의 대상이 된다. 이는 조선 민화가 지녔던 해학의 정치학이다. 칼 대신 웃음으로, 분노 대신 풍자로 세상을 교정하는 방식. 김정미는 이 전통을 기교로 소비하지 않고, 태도로 되살린다.
색과 선 또한 절제되어 있다. 호랑이의 무늬는 장식이 아니라 성격을 드러내고, 소나무의 가지는 권위가 아니라 시간의 흔적을 말한다. 화면의 여백은 말보다 큰 침묵을 품고, 그 침묵 속에서 관객은 스스로 판단하게 된다. 누가 웃음의 주인공인지, 누가 진짜 강자인지...
대한민국명인 초청 개인전의 자리에서 이 작품이 주는 울림은 분명하다. 명인은 기교의 총합이 아니라 시대를 읽는 눈이다. 김정미 작가의 까치와 호랑이는 전통의 도상을 빌려 오늘의 사회를 비춘다. 권력의 얼굴은 여전히 무겁고, 진실의 목소리는 여전히 작다. 그러나 민화는 말한다. 작은 까치의 한 마디가, 큰 호랑이의 표정을 바꾼다고. 이 그림은 웃게 만든다. 그러나 그 웃음은 가볍지 않다. 웃음 뒤에 남는 질문이 무겁기 때문이다.
K-민화는 장식이 아니다. 민화는 사람을 바로 서게 하는 거울이다. 김정미 작가의 까치와 호랑이는 오늘도 그 거울을 우리 앞에 조용히 세워 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