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민화 이성준 기자 | K-민화에서 말은 언제나 속도의 상징이었다. 출세, 합격, 입신양명. 말은 인간의 욕망을 태우고 가장 빠르게 달리는 존재였다. 그러나 이지연 작가의 '복마福馬'는 다르다. 이 말은 달리지 않는다. 대신 단단히 ‘서’ 있다.
작품 중앙의 백마는 힘찬 질주 대신 균형 잡힌 자세로 자리한다. 말의 등 위에는 책과 문방구, 붓과 종이가 정갈하게 놓여 있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복이란 우연히 굴러오는 행운이 아니라, 공부와 준비, 일상의 축적 위에 놓이는 것임을 말한다.
특히 주목할 것은 ‘복福’의 배치 방식이다. 이 작품에서 복은 외부에서 날아오지 않는다. 말의 몸, 책의 무게, 도구의 질서 속에 이미 내재해 있다. 복은 목표가 아니라 상태이며, 결과가 아니라 태도다. 이것이 이지연의 복마가 전통 민화와 구별되는 지점이다.
책거리와 말의 결합, 생활 민화의 진화의 복마는 책거리의 상징 체계를 차용하면서도 이를 한 단계 확장한다. 책은 지식이고, 붓은 실천이며, 말은 이동이다. 이 세 요소가 한 화면에 공존할 때, 민화는 더 이상 과거의 길상도가 아니다. 오늘을 사는 사람의 생활 철학이 된다.
말 아래에 배치된 꽃문 장식과 둥근 기물의 형상은 복을 담는 ‘그릇’을 상징한다. 복은 크기보다 담김의 문제라는 메시지다.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잘 담을 줄 아는 삶이 중요하다는 조용한 선언이다.
K-민화, 속도를 낮추다. 오늘의 사회는 여전히 빠름을 미덕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지연의 복마는 묻는다. "당신의 복은 어디로 달리고 있는가?”
이 말은 앞으로 나아가지만, 조급하지 않다. 넘어뜨리지 않고, 흘리지 않으며, 흔들리지 않는다. K-민화가 지향하는 새로운 미학은 바로 여기에 있다. 속도를 낮추고, 균형을 높이는 것.
복마는 복을 기원하는 그림이 아니다. 복을 견딜 수 있는 삶의 자세를 묻는 그림이다. 그래서 이 말은 지금도 달리지 않는다. 이미 충분히, 올바른 자리에 서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