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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총사 칼럼] 백찬희 작가의 '송학도'로 읽는 K-민화의 품격 ,시간을 함께 사는 존재들

- 소나무는 오늘도 자리를 지키고, 학은 오늘도 날아오를 준비를 한다.

K-민화 이성준 기자 |  송학도는 오래된 약속의 그림이다. 소나무는 시간을 견디는 법을 알고, 학은 시간을 건너는 법을 안다. 백찬희 작가의 '송학도'는 이 두 존재를 나란히 세워, 장수의 기원을 넘어 함께 사는 태도를 묻는다.

 

 

작품 속 소나무는 요란하지 않다. 굵은 줄기와 촘촘한 솔잎은 바람을 과시하지 않고, 학은 날갯짓을 멈춘 채 가지 위에 서 있다. 이 정적은 멈춤이 아니라 지속이다. 민화가 말해온 이상은 언제나 여기 있었다. 크게 외치지 않고, 오래 남는 것.

 

견딤과 건넘의 균형

백찬희 작가의 '송학도'에서 소나무는 배경이 아니다. 학의 무게를 받아들이는 자리이며, 계절의 흔적을 감내하는 몸이다. 학은 그 위에 앉아 있다가, 필요할 때 날아오를 줄 안다. 서로의 역할은 분명하지만 위계는 없다. 견디는 자와 건너는 자가 균형을 이룬다.

 

이 그림의 장수는 숫자가 아니다. 오래 산다는 것은 오래 같이 사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송학도는 말없이 보여준다. 그래서 이 작품의 장면은 축복의 선언이 아니라 생활의 합의처럼 읽힌다.

 

절제된 색, 깊어진 호흡

채색은 낮고 단정하다. 청록과 백색, 갈색의 조율은 눈에 띄기보다 눈을 쉬게 한다. 깃털의 결, 솔잎의 밀도는 세밀하지만 과시하지 않는다. 이는 기술의 자랑이 아니라 신뢰의 미감이다. K-민화가 지향하는 오늘의 품격—전통의 언어로 현재의 호흡을 만드는 방식이 여기에 있다.

 

K-민화, 오늘을 지탱하는 고전

백찬희 작가의 '송학도'는 묻는다.
“당신은 무엇과 함께 오래 살고 있는가.”

 

이 질문은 서두르지 않는다.
바라보는 동안, 마음의 속도가 낮아지고 관계의 무게가 또렷해진다. 민화의 힘은 늘 그러했다. 설명하지 않고, 보게 만든다.

 

소나무는 오늘도 자리를 지키고,
학은 오늘도 날아오를 준비를 한다.
백찬희 작가의 '송학도'는 그 사이의 시간을, 가장 민화다운 언어로 기록한다. 오래 사는 그림이 아니라, 오래 함께 사는 그림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