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민화 이존영 기자 | 해와 달은 원래 하늘의 것이었다. 그러나 민화는 종종 그것들을 땅으로, 삶의 자리로 내려앉힌다. 김정연 작가의 '일월수상도'에서 해와 달은 더 이상 먼 천체가 아니다. 나무의 꼭대기에 머물며, 생명의 시간과 호흡을 함께한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수壽의 나무’가 서 있다. 깊은 뿌리와 굳건한 몸통은 세월을 견딘 존재의 형상이고, 그 위로 펼쳐진 잎들은 축적된 생의 결과다. 해와 달은 그 위에 겹쳐지며 낮과 밤, 시작과 끝을 나무 한 몸에 포개 놓는다. 이는 장수가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순환의 완성임을 말한다.
상단을 채우는 오방색 구름은 역동적이되 과하지 않다. 구름은 흐르며 바뀌지만,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 변화와 지속의 균형이 화면 전체를 지탱한다. 산은 낮고 반복되며, 물결은 고요하게 이어진다. 모든 요소가 자기 자리를 지킬 때, 세계는 소란 없이 오래 간다.
김정연 작가의 색은 선명하지만 절제되어 있다. 강렬한 원형의 해와 달은 시선을 붙잡되, 나무의 생명력을 압도하지 않는다. 이는 중심이 한 곳에 쏠리지 않는 민화의 미덕이다. 중심은 위가 아니라 관계 속에 있다.
오늘 우리는 장수를 숫자로 계산한다. 그러나 '일월수상도'는 묻는다.
낮과 밤을 고르게 품었는가, 변화 앞에서 뿌리를 지켰는가.
이 그림에서 장수는 오래 버틴 몸이 아니라, 조화를 잃지 않은 삶이다.
해와 달이 나무에 머무는 순간, 우리는 알게 된다.
오래 산다는 것은 하늘에 닿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균형을 지켜내는 일임을...
작가 노트 | 김정연
'일월수상도'는 해와 달, 나무의 상징을 결합해 장수와 순환의 의미를 표현한 작품이다.
천상의 질서를 생명의 자리로 내려와, 일상 속에서 완성되는 시간의 균형을 그리고자 했다.
이 그림은 오래 사는 소망이 아닌 조화롭게 살아가는 길을 이야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