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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총사 칼럼] 정선영 작가의 '금입은어변성령도'으로 읽는 "K-민화의 도약 미학"

- 비늘을 벗는 순간, 용은 이미 시작된다.

K-민화 이존영 기자 | 민화에서 물고기는 늘 ‘과정’의 상징이었다. 아직 하늘을 날지 못하지만, 이미 하늘을 향해 몸을 틀고 있는 존재이다. 정선영 작가의 '금입은어변성령도'은 그 결정적 순간을 원형의 우주 속에 봉인한다.

 


검은 바탕 위에 금빛으로 떠오른 원은 경계이자 약속이다. 이 원 안에서 물고기는 단순한 생물이 아니다. 파도를 가르는 몸짓은 수행의 반복을 닮았고, 비늘 하나하나는 시간의 층위를 이룬다. 물결은 쉼 없이 겹치며, 용문을 향한 의지는 흔들림 없이 축적된다. 여기서 ‘변變’은 돌연한 기적이 아니라 견딘 시간의 합이다.


주목할 것은 입에서 피어오르는 구름과 불꽃의 결이다. 아직 완전한 용의 형상은 아니지만, 이미 숨은 바뀌었다. 이는 결과를 앞서 보여주지 않는 민화의 미덕이다. 대신 가능성이 현실을 밀어 올리는 압력을 그린다. 그래서 이 그림의 긴장은 과장되지 않고, 도약은 소란스럽지 않다.


금입金入의 선택 역시 의미심장하다. 금은 부의 표식이 아니라, 인내가 끝내 획득한 광채다. 검은 바탕과의 대비는 ‘빛나기 위해 어둠이 필요하다’는 오래된 진실을 환기한다. 원형 구도는 시작과 끝을 지우며, 도약이 곧 순환임을 말한다. 오르는 자는 다시 흐르고, 흐르는 자는 다시 오른다.


오늘의 사회는 빠른 성취를 숭배한다.

그러나 '금입은어변성령도'은 다른 속도를 제안한다.
변화는 뛰어오르는 발목에서가 아니라, 버틴 허리에서 시작된다고...


이 그림 앞에서 우리는 묻게 된다.

지금 나는 어디쯤 와 있는가. 그리고 이미, 무엇으로 변하고 있는가...

 

작가 노트 | 정선영
'금입은어변성령도'은 어변성룡의 고사를 바탕으로,

변화의 찰나를 원형의 우주 안에 담은 작품이다.

 

금빛과 흑색의 대비를 통해 인내가 획득하는 광채를 표현했으며,

변신을 결과가 아닌 과정의 힘으로 바라보고자 했다.


이 그림은 도약 이전의 이미 시작된 변화를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