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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및 전시

[담화총사 칼럼] “캘리그라피에서 K-그라피로”...“한국의 이름으로 다시 쓰는 선언이다.”

- K-그라피는 선택이 아니라 방향이다.

K-민화 김학영 기자 |  우리는 오랫동안 ‘캘리그라피’라는 이름으로 글씨를 써왔다. 아름다운 획, 감성적인 문장, 디자인적 활용, 그것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고, 시대의 흐름 속에서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질문이 생겼다. 우리는 왜 우리의 문자를 설명하기 위해 외래의 언어를 빌려야 하는가.

 

 

이 질문에서 K-그라피는 시작되었다. 캘리그라피가 ‘아름답게 쓰는 기술’이라면, K-그라피는 ‘정신을 그리는 선언’이다. 문자文字는 더 이상 읽히는 기호가 아니라, 형상과 상징이 되고, 철학과 서사가 된다. 한 획에는 수행의 호흡이 스며들고, 한 글자에는 민화의 색채와 한국적 세계관이 깃든다. 이것이 K-그라피의 출발점이다.

 

K-그라피의 정신세계는 세 가지 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근원성根源性이다. 서예의 기운생동, 먹의 농담, 여백의 미. 이는 단순한 기법이 아니라 동양 사유의 압축된 표현이다. K-그라피는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되, 뿌리를 잃지 않는다. 전통을 소비하지 않고, 전통에서 다시 태어난다.

 

둘째, 융합성融合性이다. K-그라피는 서예에 머물지 않는다. 민화, 디자인, 브랜드, 공간 연출, 디지털 아트까지 확장한다. ‘佛’은 법당이 되고, ‘和’는 외교의 상징이 되며, ‘曇華’는 하나의 브랜드가 된다. 문자가 곧 이미지가 되고, 이미지가 곧 문화가 된다.

 

셋째, 확장성擴張性이다. K-팝, K-드라마, K-아트가 세계로 나아간 것처럼, K-그라피는 한국적 문자 미학을 세계의 시각 언어로 번역한다. 이는 단순한 전시 장르가 아니라, 문화 외교의 도구이자 국가 브랜드 자산이 될 수 있다.

 

 

앞으로의 브랜드 가치는 분명하다.
첫째, 문화 자산화다. K-그라피는 저작권과 디자인권, 상표권을 통해 체계화될 수 있다. 작품은 예술이 되고, 상징은 로고가 되며, 글자는 콘텐츠가 된다. 이는 단순한 감성 예술을 넘어, 산업적 가치로 확장될 수 있는 구조다.

 

둘째, 교육 콘텐츠화다. 어린이에게는 전통 문자 교육이 되고, 청년에게는 창작 플랫폼이 되며, 해외에는 한국 문화 입문 콘텐츠가 된다. K-그라피는 문자 교육을 넘어, 정체성 교육이 된다.

 

셋째, 공간 브랜딩화다. 사찰, 문화센터, 국제회의장, 외교 공간에 K-그라피는 상징 언어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벽면 한 글자가 그 공간의 철학을 설명하는 시대가 온다. 이는 건축과 예술, 브랜드가 만나는 지점이다.

 

 

평가 또한 달라질 것이다. 과거에는 ‘글씨를 잘 쓴다’는 기술적 평가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어떤 정신을 담았는가’가 기준이 된다. K-그라피는 테크닉을 넘어 철학을 요구한다. 획은 깊어야 하고, 여백은 사유를 품어야 한다. 단순한 장식은 오래가지 못하지만, 정신을 담은 형상은 시대를 건넌다.

 

한국의 이름으로 찾은 K-그라피는 단지 장르의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자존의 회복이다. 우리는 우리 언어로, 우리 미학으로, 우리 정신을 표현할 수 있다. 더 이상 설명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이름을 붙인다.

 

 

캘리그라피에서 K-그라피로의 전환은 하나의 선언이다. 글씨를 예쁘게 쓰는 시대에서, 글씨로 정신을 세우는 시대로, 한 글자가 나라의 얼굴이 되고, 한 획이 문화의 기둥이 된다.

 

이제 K-그라피는 선택이 아니라 방향이다. 한국의 이름으로, 세계를 향해 다시 쓰는 새로운 문자 혁명, 그리고 그 혁명의 중심에는 먹빛처럼 깊고, 연꽃처럼 피어나는 한국의 정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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