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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민화, 이신종의 봉황도의 품격 “봉황이 날아오를 때”

- K-민화가 지향해야 할 길은 명확하다.

K-민화 이존영 기자 |  이신종 작가의 봉황도는 전통 민화의 상서祥瑞 도상 가운데에서도 가장 고귀한 상징을 현대의 시선으로 다시 세운 작품이다. 봉황은 예로부터 태평성대에만 나타나는 영조靈鳥로 여겨졌고, 왕권의 덕과 나라의 안정을 상징해 왔다. 이 작품은 그 상징을 단순한 재현에 머물게 하지 않고, 오늘의 시대에 필요한 질서와 품격, 그리고 희망의 방향성으로 확장한다.

 

 

화면 중앙에서 날개를 펼치는 봉황은 정적인 권위가 아니라 막 비상하는 생명의 순간을 담고 있다. 오색으로 겹쳐진 깃털은 음양오행의 조화를 떠올리게 하며, 붉은 태양과 유려한 구름은 하늘의 기운이 땅으로 내려오는 찰나를 포착한다. 봉황의 시선과 몸짓은 아래를 굽어보되 위엄에 치우치지 않고, 세상을 살피는 덕의 자세를 유지한다.

 

봉황 아래로 배치된 새 무리는 질서 속의 공존을 상징한다. 크고 작은 존재들이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하나의 풍경을 이루는 구성은, 전통 민화가 지녀온 공동체적 세계관을 또렷이 드러낸다. 이는 힘의 과시가 아닌 조화의 미학이며, 지배가 아닌 포용의 질서다.

 

색채 또한 주목할 만하다. 따뜻한 황토빛 바탕 위에 녹색 산세와 붉은 태양이 대비를 이루며, 화면 전체에 안정된 리듬을 부여한다. 이는 혼란의 시대일수록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작가의 태도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결과다. 전통 민화의 평면성과 장식성은 유지하되, 색의 층위와 선의 흐름에서 현대적 절제가 느껴진다.

 

이 작품에서 봉황은 더 이상 과거의 왕실 상징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시대의 도덕적 기준이 어디에 서야 하는가를 묻는 존재이며, 문화가 사회에 건넬 수 있는 가장 품위 있는 언어다. 힘을 앞세우지 않고도 존중받는 권위, 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신뢰를 얻는 태도, “이신종의 봉황도”는 바로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K-민화가 지향해야 할 길은 명확하다. 전통의 상징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징이 담고 있던 정신을 오늘의 삶에 다시 연결하는 일이다. 봉황은 날아오르지만, 그 비상은 혼자만의 영광이 아니다. 아래의 세계가 안정될 때에만 가능한 비상이다.

 

이신종의 〈봉황도〉는 말하지 않는다. 대신 기다린다. 질서가 회복될 때, 덕이 존중받을 때, 그리고 문화가 다시 중심에 설 때, 그때 봉황은 다시 날아오른다. 이 그림은 그 믿음을, 고요하지만 분명한 선으로 증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