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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총사 칼럼] 경도영 작가의 ‘운룡도’ “구름을 가르며 때를 묻다.”

- 대한민국 명인연합회 초청 개인전
- 용은 늘 먼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K-민화 이존영 기자 | K-민화 속 용은 언제나 구름 속에 몸을 숨긴 채, 세상의 기운이 무르익는 순간을 기다린다. 경도영의 ‘운룡도’는 바로 그 ‘기다림의 위엄’을 정면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작품을 가득 메운 구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켜켜이 쌓인 운문雲紋은 시간의 층위이자, 세상이 겪어온 수많은 굴곡의 기록처럼 보인다. 그 구름 사이로 드러나는 용의 몸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머리와 발톱, 비늘의 일부만이 보일 뿐이다. 이는 힘의 부족이 아니라 절제된 선택이다. 진정한 권능은 과시되지 않고, 준비된 순간에만 모습을 드러난다는 민화의 오래된 지혜가 이 화면에 스며 있다.

 

경도영 작가의 용은 포효하지 않는다. 입을 벌리고 있으되, 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는 폭발 직전의 침묵, 혹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존재의 여유다. 눈빛은 예리하지만 흔들림이 없고, 비늘의 묘사는 치밀하되 과장되지 않는다. 장식보다 구조가 먼저 보이는 이 용은, 상징 이전에 사유의 대상으로 우리 앞에 선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구름과 용의 관계다. 구름은 용을 가두는 장벽이 아니라, 용의 일부처럼 호흡을 함께한다. 이는 권력과 환경, 능력과 시대가 분리될 수 없다는 암시다. 민화 속 운룡은 언제나 ‘때’를 전제로 한다. 아무리 강한 존재라도, 시대의 구름을 읽지 못하면 날 수 없다. 경도영 작가의 운룡도는 이 점에서 단순한 길상화를 넘어 시대적 은유로 확장된다.

 

대한민국 명인연합회 초청 개인전이라는 자리에서 이 작품이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명인은 기법의 완숙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상징을 다루는 태도, 힘을 표현하는 절제, 그리고 전통을 현재의 언어로 번역하는 책임감이 함께할 때 비로소 명인의 자리에 선다. 경도영 작가의 운룡이라는 가장 강력한 상징을 통해, 가장 조용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은 날아야 할 때인가.” 이 작품 앞에서 관람자는 자연스레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혹시 우리는 아직 구름 속에서 힘을 기르는 시기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충분한 준비 없이 모습을 드러내려 했던 것은 아닌지. 민화가 지녔던 본래의 역할은 삶을 점검하고 마음의 방향을 바로 세우는 기능이 이 작품에서 또렷이 되살아난다.

 

경도영 작가의 운룡도는 말한다. 용은 이미 하늘에 있다. 다만, 날아오를 시점을 선택할 뿐이라고. 그래서 이 그림은 기원의 그림이 아니다. 각성의 그림이다. 조급한 시대에, 기다림의 품격을 다시 묻는 한 장의 k-민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