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민화 이존영 기자 | 민화의 장수는 언제나 엄숙하지 않았다. 오래 산다는 뜻은 무게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웃음을 잃지 않는 일에 가까웠다. 황현진 작가의 '해학반도도'는 그 사실을 한 장의 풍경으로 풀어낸다. 반도蟠桃의 풍요와 학의 고결함, 파도의 반복과 구름의 유영이 모든 상서가 모였는데도 화면은 과장되지 않는다. 오히려 미소가 먼저 온다.
복숭아나무는 바람을 타고 굽이치며, 학은 가지 위에 앉아 서로의 균형을 살핀다. 바다는 규칙적인 파문을 만들고, 구름은 그 위를 가볍게 건너간다. 여기에는 힘의 과시가 없다. 장수는 위에서 내려오는 축복이 아니라, 관계의 리듬에서 생겨난다는 민화의 지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해학’이라는 제목은 정확하다. 웃음은 대상이 아니라 태도다. 반도는 크되 위압적이지 않고, 학은 고상하되 거리 두지 않는다. 파도는 세차되 질서를 잃지 않는다. 황현진은 상서의 요소들을 서로 밀치지 않게 배치해, 장수의 조건을 ‘공존’으로 제시한다. 오래 살려면, 먼저 함께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색은 부드럽고 선은 절제되어 있다. 이는 민화가 지닌 생활의 미학에서 과잉을 경계하고 반복을 신뢰하는 태도를 현대적으로 계승한다. 작품속의 여백은 숨을 쉬게 하고, 상징은 설명을 강요하지 않는다. 보는 이는 의미를 해석하기보다 동행한다.
오늘의 사회는 장수를 숫자로 환산한다. 그러나 '해학반도도'는 다른 계산법을 제안한다. 파도가 하루에 몇 번 부서지는지보다, 그 리듬이 얼마나 꾸준한지를 묻는다. 학의 날개폭보다, 서로를 해치지 않는 간격을 본다. 반도의 크기보다, 그 열매가 맺히기까지의 시간을 존중한다.
이 그림은 말없이 가르친다. 오래 사는 법은 빠르게 이기는 법이 아니라, 웃음을 유지하는 법이라고. 그래서 이 작품은 축원문이 아니라 생활문이다. 곁에 두고 볼수록, 삶의 속도가 한 톤 낮아진다.
K-민화의 현재는 이렇게 말한다.
장수는 엄숙한 약속이 아니라,
유머를 잃지 않는 선택이라고.
황현진 작가의 '해학반도도'는 그 선택을,
파도와 구름 사이의 미소로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