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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총사 칼럼] 정선영 작가의 ‘일월오봉도’로 읽는 “K-민화의 시간 정치학”#k-민화 #k-컬처 #k-그라피 #민화 #세화전

- 해와 달 사이에 놓인 나라의 숨

K-민화 이존영 기자 |  일월오봉도는 왕의 뒤에 놓인 그림이었지만, 실은 왕을 위한 그림이 아니었다. 그것은 왕조가 지켜야 할 질서를 그린 그림이었고, 인간 위에 놓인 자연의 법칙을 시각화한 우주도였다.

 

 

정선영 작가의 ‘일월오봉도’는 이 오래된 도상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호흡하게 만든다. 화면을 가르는 짙은 밤하늘, 그 위에 떠 있는 해와 달은 낮과 밤의 대립이 아니라 공존의 약속처럼 배치된다. 어느 한쪽도 중심을 독점하지 않는다. 균형은 이미 전제되어 있다.

 

오봉은 산이 아니라 원칙의 형태다. 다섯 봉우리는 위계를 이루지 않으며, 서로를 밀어내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고 흐르되 넘치지 않고, 폭포는 떨어지되 소란스럽지 않다. 이는 힘의 과시가 아니라, 질서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풍경이다.

 

특히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색의 절제다. 전통 일월오봉도의 상징색을 유지하면서도, 과도한 장식 대신 리듬과 반복으로 화면을 구성한다. 이는 왕권의 위엄을 강조하기보다, 국가와 개인을 관통하는 보이지 않는 기준을 드러내려는 태도에 가깝다. 오늘의 사회는 끊임없이 중심을 요구한다. 누가 중심인가, 무엇이 옳은가를 묻는다.

 

그러나 정선영의 일월오봉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중심은 정말 한 사람에게 필요한가.”

 

이 그림 속 중심은 비어 있다. 왕의 자리는 상상 속에만 남아 있고, 실제로 화면을 지탱하는 것은 자연의 순환과 반복이다. 이것이 바로 K-민화가 오늘 다시 소환되는 이유다.

 

권력을 찬미하지 않고, 질서를 성찰하게 하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일월오봉도는 과거의 왕을 위한 배경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묻는 그림이다. 당신의 삶 뒤편에는, 어떤 해와 달이 떠 있는가.

 

작가 노트 | 정선영
일월오봉도는 전통 궁중 회화의 상징 체계를 바탕으로, 균형과 순환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해와 달, 산과 물이 이루는 질서를 통해 개인과 사회, 자연이 공존하는 기준점을 시각화하고자 했다.

 

이 그림은 권위의 상징이 아닌, 삶의 중심을 돌아보게 하는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