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민화 이존영 기자 | k-민화에서 ‘복’은 언제나 멀리 있지 않았다. 빌고, 기다리고, 애써 끌어오는 대상이 아니라 생활 속에 스며드는 상태에 가까웠다. 김태연 작가의 '넝쿨째 굴러온 복'은 그 오래된 민화의 감각을 오늘의 언어로 환하게 되살린다.
작품 속에는 두 개의 복주머니가 나란히 놓여 있다. 하나는 노란 바탕 위에 ‘복(福)’ 자가 또렷이 새겨져 있고, 다른 하나는 오색의 결이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 두 주머니는 경쟁하지 않는다. 크기를 자랑하지도, 더 많은 것을 담으려 하지도 않는다. 대신 각자의 방식으로 충분하다.
주머니 안에 담긴 과일들은 풍요의 상징이지만, 과잉은 없다. 석류와 감, 포도와 복숭아는 계절처럼 배치되고, 삶의 주기를 닮아 있다. 이는 “많이 가져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잘 차려진 하루를 살라”는 조용한 권유에 가깝다.
특히 주목할 점은 화면을 감싸는 넝쿨과 연꽃이다. 넝쿨은 스스로 자라되 억지로 뻗지 않고, 연꽃은 진흙 속에서도 소란 없이 핀다. 이 그림에서 복은 갑작스러운 행운이 아니라, 삶의 태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굴러오는 결과다. 그래서 제목의 ‘넝쿨째’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처럼 느껴진다.
오늘의 사회는 복을 숫자로 환산한다. 성과, 자산, 지표로 측정하려 든다. 그러나 김태연의 민화는 다른 기준을 제시한다. 복이란 정리된 마음, 고른 호흡, 과하지 않은 욕심에서 시작된다고...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복을, 우리가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K-민화가 다시 사랑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복을 소유가 아니라 관계와 상태로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작가 노트 | ㅣ김태연
넝쿨째 굴러온 복은 복주머니와 과일, 넝쿨의 이미지를 통해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복을 표현한 작품이다. 과도한 욕망보다 조화와 균형 속에서 완성되는 풍요를 그리고자 했다.
이 그림은 기다림이 아닌 맞이함의 복을 이야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