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민화 이성준 기자 | 이 작품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묻지 않게 된다. 이것이 글씨인가, 그림인가를, 김나은 작가의 K-그라피는 그 질문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글자는 더 이상 의미를 설명하는 도구가 아니고, 그림은 더 이상 장면을 재현하는 대상이 아니다. 이 작품에서 글과 그림은 함께 숨 쉬며 하나의 생명이 된다.
작품을 가로지르는 두 마리의 금붕어는 부유하듯 헤엄치는 이 생명체는 민화의 전통적 길상吉祥을 닮았지만, 그 표현은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비늘 하나하나에 담긴 색의 농담은 오늘의 감각이고, 유영하는 방향에는 규칙도, 구속도 없다.
그 옆에 놓인 글씨는 ‘읽히기 위해’ 쓰이지 않았다. 의미를 강요하지 않고, 해석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획은 물결처럼 번지고, 먹은 숨결처럼 스며든다. 이 글씨는 말한다기보다 살아 있다고 해야 옳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캘리그래피가 아니다. 장식적 문자도 아니다. 김나은 작가의 작업은 K-그라피의 본질에 정확히 닿아 있다.

K-그라피란 무엇인가. 글씨를 예쁘게 쓰는 기술이 아니라, 한국적 정신과 감각을 붓의 행위로 드러내는 문화 언어다. 문자와 회화, 사유와 감정, 전통과 현재가 하나의 작품에서 충돌하지 않고 공존하는 상태, 그것이 바로 K-그라피다.
김나은 작가의 붓은 서두르지 않는다. 획은 멈추는 법을 알고, 여백은 말하는 법을 안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소음이 없다. 대신 잔잔한 물소리 같은 울림이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색의 사용이다. 민화의 채색을 연상시키되, 과장하지 않고, 담채와 번짐을 통해 감정의 깊이를 남긴다. 이는 ‘보여주기 위한 색’이 아니라 머물게 하는 색이다.

이 작품은 말한다. 자유란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는 것이라고 답한다.
금붕어는 물속에 있으나 갇혀 있지 않고, 글씨는 문자이되 얽매이지 않는다. 그 경계의 해방, 그것이 김나은 작가 K-그라피의 힘이다.
지금, 한국 미술은 새로운 언어를 필요로 한다. 김나은 작가의 이 작업은 그 언어가 이미 붓 끝에서 태어났음을 조용히 증명한다.
글자가 그림이 되고, 그림이 사유가 될 때, K-그라피는 비로소 문화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