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총사 칼럼] “용이 파도를 건너다. "철창을 넘어 날아오른 한 폭의 K-민화"
K-민화 강경희 기자 | 이지연 작가의 이 작품은 대전교도소라는 공간에 ‘전시’된 그림이 아니라 기증된 서사다. 그리고 그 서사는 분명하다. 이 그림은 처벌의 공간에 놓인 장식이 아니라, 회복을 향한 상징이다. 화면 중앙을 가로지르며 구름과 파도를 뚫고 오르는 청룡은 전통 민화에서 권위와 길상의 상징이지만, 이 작품에서의 용은 다르다. 군림하지 않고, 위협하지 않으며, 오히려 무언의 동반자처럼 파도를 건넌다. 용이 움켜쥔 것은 권력의 여의주가 아니라 보자기 속 복福의 상자다. 그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아마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가장 오래된 희망일 것이다. 거친 파도는 죄의 무게이자 삶의 후회이며, 끝없이 반복되는 자기 성찰의 시간이다. 그러나 그 파도 위를 용은 무너뜨리지 않고 건너간다. 이 장면은 말한다. “넘어야 할 것은 파도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특히 이 작품이 지닌 힘은 민화 특유의 익살과 상서로움이 엄숙한 교정 공간에 균열을 낸다는 점이다. 교도소는 규율의 공간이지만, 인간은 규율만으로 변화하지 않는다. 변화는 상상에서 시작된다. K-민화는 본래 백성을 위한 그림이었다. 궁궐보다 서민의